서울YMCA(서울Y)가 위태롭다. 불법투자 의혹으로 회장과 이사장이 고발됐고, 이밖에 다른 비리들도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내부에서는 수십 년간 이사회를 장악한 일부 인사가 조직을 파국으로 내몰았다는 성토가 들끓고 있다. 112년 동안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시민사회 운동을 이끈 서울Y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Y에 무슨 일이?=서울Y의 오랜 비리가 드러난 건 지난 10월 30일이다. 심규성 서울Y 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안창원 회장과 조기홍 이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심 감사에 따르면 서울Y의 자산을 관리하는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은 2008년 서울Y 자산 30억원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전부 날렸다. 이 돈은 경기도 고양시가 서울Y의 기본재산인 토지 일부를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사용하면서 보상금 명목으로 준 96억원의 일부다. 원칙적으로 기본재산을 처분해 얻은 돈을 사용하려면 주무관청인 종로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 서울Y 관계자는 “당시 투자가 불법인 것으로 판결나면 유지재단은 법인 취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30억원’은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서울Y는 2009년 경기도 일산에 골프연습장을 착공했지만 84억원이 투입된 뒤 지자체와의 마찰로 사실상 폐기됐다. 수년에 걸쳐 특정 건설사에 650억원 규모의 공사를 몰아주는 과정에서 공사대금 부풀리기 의혹도 불거졌다.
서울Y 관계자는 “이사들이 외유성 해외출장을 간 뒤 고급호텔을 옮겨 다녔고, 법인카드를 유용하는 등 재단의 재산을 전횡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기독교 단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비리가 드러나자 서울Y 이사진은 ‘쇄신 카드’를 꺼내는 대신 문제를 들춰낸 심 감사를 지난 23일 제명했다. ‘새로운 Y를 세워가고자 행동하는 간사 일동’은 이튿날 성명서를 내고 ‘보복성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개혁’으로 기독교 정신 회복해야=서울Y는 우리나라에 처음 복음을 전한 미국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1919년 2·8독립선언과 3·1운동을 선도했고 1920년대에는 물산장려운동, 농촌계몽운동을 펼치는 등 일제 강점기 시민사회운동을 이끌었다. 이처럼 굵은 족적을 한국근현대사에 남긴 서울Y가 논란에 휩싸이자 퇴색한 기독교 정신을 바로 세워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직 내부에서는 서울Y의 파국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이사회를 장악한 일부 인사의 ‘장기집권’을 지목하고 있다. 표용은(83) 명예이사장의 경우 서울Y에서 41년간 이사를 지내고 18년간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 전횡이 문제되면서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자 명예이사장으로 복귀했다. 현재 서울Y의 조 이사장은 표 명예이사장의 측근이고, 안 회장은 그의 조카다.
서울Y 관계자는 “서울Y와 이 조직의 돈을 관리하는 유지재단은 같은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기독교 정신을 회복해 시민사회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개혁운동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서울YMCA 비리 의혹 점입가경… 112년 전통 휘청
입력 2015-12-29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