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공급과잉 걱정할 일 아니다?… 유일호 후보자 21일 발언 논란

입력 2015-12-29 19:36

“주택시장의 공급 과잉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 21일 청와대가 개각 발표를 한 직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그러나 29일 국토교통부가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 현황을 발표한 자료는 박근혜정부의 3기 경제팀을 이끌게 될 유 후보자의 생각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토부 장관 재직 시절 유 후보자는 부동산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공급이 많더라도 이를 소화할 수요가 있다면 공급 과잉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뿐만 아니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공급 과잉 부작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KDI가 최근 발표한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보고서도 “올해 급증한 분양물량이 앞으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이 유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하는 이유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지표를 보면 문제가 있는데 여전히 유 후보자는 ‘문제없다’고 한다”면서 “시장을 보는 눈이 없거나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유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이던 지난 4월 정부는 7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연장했다.

이 관계자는 “LTV·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면서 분양물량이 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도 현실을 인식한 듯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강호인 장관도 취임사에서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던 이전 장관들과 달리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또 통계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며 국토부 내부 시스템 변화도 예고했다. 당시 강 장관은 “무엇이 문제인지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듯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