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니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예요. 할머니들이 납득하지 않는데 어떻게 타결이라고 할 수 있나요?”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an)’을 만든 작가 겸 연출가 김현준(24·사진)이 28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29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제 뮤지컬을 보고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던 미국 친구들이 이번 타결을 놓고 축하한다고 이야기한다”며 “미국으로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환영하지만 양국 협상 내용이 한국에 너무 불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컴포트 우먼’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세인트 클레멘츠 극장(Theatre at St. Clements)’에서 18회 무대에 올라 16회 매진을 기록했으며, 10월 ‘54below 극장’에서 특별 앙코르 공연을 했다. 뉴욕에서 위안부를 다룬 영어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작품은 인도네시아로 끌려간 위안부 소녀들이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일본 군인의 겁탈 등 감정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 애국주의를 빼고 담담하게 위안부 이야기를 뮤지컬에 담고 싶었다”면서 “대신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에게 위안부 관련 책자를 나눠주고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뉴욕시티칼리지 연극학과 4학년인 그는 작품을 준비하는 3년간 일본 극우단체들로부터 협박을 물론 소송까지 당했다. 그는 “일본 극우단체가 소송을 걸어 뮤지컬 제작을 방해하려고 했지만 결국 방법이 없으니까 소를 취하했다”고 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반응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작곡가 섭외와 배우 캐스팅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제작비 마련은 만만치 않았다. 500석 이하의 극장에서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도 작품 1편을 제작하려면 대개 50만 달러가 투입된다. 하지만 ‘컴포트 우먼’은 8만900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배우들과 투자자들은 흥행 수입에 따라 돈을 주는 러닝 개런티로 계약하고, 스태프는 친구들을 동원하며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다행히 반응이 좋아 브로드웨이 극장 체인과 중국, 필리핀 등에서 후속 공연에 대한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유학생들의 비자 문제와 영주권을 소재로 한 신작 ‘그린카드’ 쇼케이스를 가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뮤지컬 ‘컴포트 우먼’ 작가 겸 연출가 김현준 “할머니들이 납득못하는데 위안부 문제 타결이라뇨”
입력 2015-12-29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