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6년 만에 금호산업 되찾아… 채권단에 경영권 지분 인수대금 7228억 완납

입력 2015-12-29 18:37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았다. 2009년 12월 당시 그룹의 지주사였던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으로 채권단에 넘어간 지 6년 만이다. 그룹 재건의 큰 틀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9일 금호산업 채권단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에 대한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금호기업을 새로운 지주사로 세운 뒤 백기사로 나선 대기업들과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는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켜본 많은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 창업 70주년을 맞이해 경영방침을 ‘창업초심(創業初心)’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그룹 재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946년 택시 2대로 창업한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금호아시아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주력사업을 항공·타이어·건설의 3대 축으로 구성해 안정과 내실을 다져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500년 영속기업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박 회장은 “고(故) 박인천 창업 회장님께서는 부지런함·성실·정직·책임감·끈기를 늘 강조하셨다”며 “이 다섯 가지 정신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70년 동안 지속하게 한 근간”이라고 했다. 이어 “그룹 임직원 모두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주력 사업분야가 비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자”고 주문했다.

올해 내내 박 회장은 금호산업 재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금호산업에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호반건설 한 곳에 그쳤고, 이마저도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내놓아 유찰됐다. 이후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이 있는 박 회장과 수차례 밀고 당기기를 했다. 결국 지난 9월 박 회장과 채권단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는 급물살을 탔다.

다만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을 되찾는 작업은 그룹 재건의 숙제로 남아 있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으로 채권단이 42.1% 지분을 갖고 있어 금호산업과 비슷한 절차로 인수해야 한다. 금호고속은 2012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했다가 올해 6월 사들였지만 석 달 만에 사모펀드에 되판 상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