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12월의 인사

입력 2015-12-29 17:35

한 해를 비추던 해가 저물어가니 그 인연을 접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올해도 좋은 소식을 많이 듣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소식은 인간성을 상실해 버린 사람에 관한 소식이 아니었을까. 그런 반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드려 봉사하며 텅텅 비어가는 마음들을 곳곳에서 채워주는 선한 청지기들이 우리 사회를 받쳐주는 힘이 되었다.

쉴 만한 연세에도 날씨와 상관없이 등하굣길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교통봉사하시는 할머니·할아버지. 함께 잘사는 마을,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골목길 청소자원봉사대원, 골목 지킴이.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지도 봉사를 하는 대학생. 장애인 돌봄이. 버림받은 새 생명 돌봄이. 죽음을 앞둔 환자의 영육을 보듬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낯선 선교지에서 죽어가는 영혼을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 등등.

어떠한 곳에 있어도 자기 빛깔을 내며, 플러스의 발상으로 꽃을 피워내는 이들이다. 담을 높게 쌓은 채 경쟁의 구도 속에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모두 잘 닦인 길을 걸으려 할 때 그들의 마음은 낮은 곳을 향하여 진동했고 곳곳에서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잘난 척하고 강한 척해도 우리는 넘어지기 쉽고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들이라 서로 손잡고 도우며 함께 걸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주면서 받은 이보다 더 만족해하고 기뻐하는 특별한 그들의 존재는 생명이고 은혜이자 세상을 적시는 사랑의 단비다.

작은 봉사가 이 사회에 녹아들어 작게는 한 사람을, 한 공동체를, 더 나아가서는 후대에게 그 도움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의무시간을 채우고, 점수를 따기 위한 반쪽짜리 봉사가 아니라 보는 이 없어도 늘 일관된 마음에서 우러난 헌신. 보람이라는 대가만으로 크게 기뻐하며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과 시간과 물질을 드려 헌신하는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영웅이다. 고마운 분들, 새해에도 이 땅의 빛이 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여 주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