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창조적 에누 바이러스가 되라

입력 2015-12-29 18:10 수정 2015-12-29 21:03

로마는 보병으로 세계를 정복했다. 몽고는 기마병으로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다. 칭기즈 칸은 하루에 말을 몇 마리를 죽일 정도로 달렸다고 한다. 영국은 해군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며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까지 지배했다. 미국은 공군으로 세계 최강 국가가 됐다. 그래서 미국의 F-22 전투기가 한반도에 뜨자 동북아가 다 긴장했다. 그 전투기는 평택 상공에서도 평양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는 공군력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파워가 있다. 바로 미디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미디어의 중요성을 몰랐다. 특별히 새 천년을 맞으면서 일반 세상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대 변화를 준비했는데 한국교회는 전혀 준비를 못했다. 과거에는 한국교회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정신적 본류가 되었으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량화, 자본화, 세속화되면서 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실했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미디어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때 미디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당시 한국교회는 적극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정면승부를 걸 줄 모르고 위기모면용 도피만 한 것이다.

그때부터 한국교회는 미디어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개독교, 먹사, 똥경 등 입에 담지 못할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기자들도 개신교를 멀리 했다. 좋은 일이 있어도 보도하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교회 관련 기사를 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는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되고 돌만 맞고 있었다. 그래도 국민일보는 끝까지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보호해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하다.

이러한 때 미디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교회 이미지의 새로운 반전을 시도하려는 교계의 일부 창의적 목회자들이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기자들과 소통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조금씩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반 언론도 동성애, 이슬람 등의 확산을 반대하는 여론을 긍정적으로 실어주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8·15평화통일기도회는 메이저 신문들이 모두 1면에 소개해 줄 정도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드디어 성탄절을 맞아 KBS1에서는 손양원 목사 다큐에 이어 주기철 목사 다큐까지 제작해서 방영해 주었다. 그리고 방영된 주기철 다큐는 방송3사, 종편, 케이블, IPTV 포함하여 동시간대 시청률 1위, KBS의 1년 중 다큐 중 시청률 1위, 동시간대 각종 포털 검색 1위를 하였고 방송이 끝난 후 1000여개에 달하는 감동의 시청소감이 달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 목사의 예수사랑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가슴 뭉클한 스토리와 탁월한 영상미로 만들어낸 권혁만PD의 땀과 눈물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기철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나라와 백성을 섬기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개선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창조적 에누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이다. 에누 바이러스는 정신적 바이러스다. 사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한 부정적 에누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제 선한 에누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창조적 소수가 선한 역할을 하니까 조금씩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는가. 누룩 서 말이 전체를 부풀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마 13:33). 2015년도는 아슬아슬한 한 해였다. 그러나 그 아슬아슬한 위기 속에서 한 줌의 창조적 에누 바이러스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6’을 보면 첫 번째 나오는 키워드가 몽키 바(MONKEY BAR)다. 2016년은 다른 어느 해보다 힘든 해가 될 것인데,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무사히 건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행기도 모든 집중을 다 할 때 이륙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교회도 2016년 창조적 에누 바이러스가 폭발하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그리하여 2016년도를 세움과 부흥의 원년으로 만들어보자.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