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잘해서 그곳에서 은퇴한 뒤 한국에 돌아오겠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27)가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김현수는 29일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퇴로 없이 빅리그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루키이기 때문에 적응을 잘해서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또 “선호하는 타순도 없다”며 “게임에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계약할 때 친구인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정호가 정말 잘해줬으니까 이렇게 계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정호가 잘 다져놓은 기반을 제가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며 “기본은 하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수는 같은 해 빅리그에 데뷔하는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에 대해선 “병호형과 개막전에서 만나게 될 때는 서로 안타 하나씩만 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의 계약 막전막후 상황도 털어놨다. 그는 “볼티모어와 계약한다는 사실을 출국하는 날에 알았다”며 “비행기가 워싱턴으로 가길 래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계약 세부 내용도 공개됐다. 그의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현수는 계약 기간 동안 25인 메이저리그 명단에 머물 수 있게 돼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김현수는 끝으로 신고선수 신화를 이룬 데 대해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후배들이) 의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가 2군에 있으니까, 연습생이니까 이런 생각하지 말고 똑같은 선수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1군에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현수는 빅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은 선수로 좌완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0·보스턴 레드삭스)를 꼽았다. 프라이스는 올 시즌 18승5패에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한 최정상급 투수다. 김현수는 “공격적인 선수고 볼넷을 좀처럼 안 내주는 선수라서 꼭 한번 상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김현수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 “한국 유턴은 실패자… ML서 은퇴할 것”
입력 2015-12-29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