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을 급히 바꾸면서 막바지 의정활동 보고에 열중하던 소속 의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옛 당명으로 인쇄한 의정보고서를 사용하자니 찜찜하고, 새로 찍자니 시간도 없고 비용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의정보고서에 당명을 기재하지 않은 의원실에서 쾌재를 부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프리미엄’ 가운데 하나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도 홍보 인쇄물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의정활동 보고 기간은 다음 달 13일까지다. 하지만 더민주당이 예정보다 두 달 가까이 일찍 당명을 바꾸면서 의원들이 고민에 빠지게 됐다. 더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이미 인쇄된 의정보고서는 배포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미 당명이 바뀐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라 적힌 홍보물을 뿌리는 것이 편치 않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당명은 아직 인지도가 낮아 사람들이 잘 모르고, 기존 당명을 썼더니 ‘안철수 당’으로 갔느냐고 물어보는 주민도 있었다”며 “지도부가 지역구 의원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정보고서 제작 당시 당명을 아예 뺐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나쁘기도 했고, 당명도 언제 바뀔지 몰라 처음부터 이름을 뺐다”며 “이런 상황에 당명을 박아 의정보고서를 내는 것은 ‘초짜’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 앞 도로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적힌 정책홍보 플래카드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기재된 플래카드가 동시에 걸려 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마포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더민주당은 아직 약칭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명 관련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약칭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며 “언론과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불러주시는지 지켜본 뒤 약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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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