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사랑누리교회 김형배 장로는 수원시 권선구 세류로에 작은 건물을 갖고 있다. 이 건물엔 원룸과 투룸 각각 6가구가 살고 있다. 김 장로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전월세를 올리지 않았다. 명절 때면 세입자들에게 식용유 세트 같은 작은 선물도 건넸다. 그는 “세입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공실률도 낮추며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싶었다”며 “신뢰가 쌓이면서 세입자들도 처음 계약 기간보다 더 살게 됐다”고 말했다.
주거권기독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독막로 오피스커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착한 임대인 사례다. 사상 최악의 전월세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문 이야기다.
‘예수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월세를 얼마나 받았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범한 이 단체는 착한 임대인 사례를 발굴하는 한편 교회와 기독교인을 상대로 세입자 서민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집주인은 전월세를 3년에 10%를 초과해 인상하지 않고, 전세를 월세로 변경할 때에는 전세보증금의 월세 전환이율을 연 5% 이내로 하자는 운동이다.
올해 진행한 3차 서명운동에서는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 경기도 성남주민교회(이훈삼 목사) 등 11개 교회에서 465명이 참여했다. 2013년과 지난해 1·2차 서명운동까지 합치면 모두 56개 교회에서 2514명이 동참했다.
고석동 주거권기독연대 사무국장은 “한국교회가 고통 받는 세입자 서민의 이웃이 되어주고 특히 기독교인들이 성서의 희년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거권기독연대는 또 세입자들을 위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의 입법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함께 연대활동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부동산팀 간사인 김태근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 등의 사례를 분석한 뒤 “주택 임대차 관련 규제 권한을 서울시 등 지자체로 위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예수님이라면 월세를 얼마나 받을까?
입력 2015-12-29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