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분양 급증 사태에도 아무 문제없다는 새 경제팀

입력 2015-12-29 17:36
주택시장에 공급 과잉의 그늘이 깊게 드리웠다.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에 너도나도 밀어내기 식 아파트 분양에 나섰던 건설업체들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11월 미분양 주택은 4만9724가구로 한 달 사이 54.3%(1만7503가구) 급증했다. 이는 종전의 미분양 최고 기록이었던 2003년 12월의 36%를 경신한 사상 최대 증가율이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70.6%를 차지했다.

미분양 사태는 예견됐다. 정부가 부동산을 불쏘시개 삼아 내수 진작을 꾀하면서 건설업체들이 과도한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올해 11월까지의 분양승인 물량은 49만3000가구로 이전 5년(2010∼2014년) 평균의 1.8배였다. 국토연구원이 추산한 연평균 주택 수요가 39만 가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0만 가구 이상 초과 분양된 셈이다.

주택시장의 비정상적인 수급 상황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았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사느라 지난 10∼11월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높아졌다.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거래량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감소했다.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내년에는 사정이 더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심사가 깐깐해지는 등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면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도 확실시된다. 추가 이자 부담이 가계로 전가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차기 유일호 경제팀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아파트 공급 규모가 과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경제정책 총괄 경험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현실을 보고도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내년에는 공급 과잉이 닥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띄우기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더 악화돼야 정신을 차릴지 걱정이다.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