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28 한·일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재단 설립을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정부는 준비작업을 위해 내년 초쯤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실무채널을 공식 가동하고, 내년 상반기 중 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초기단계로 재단 명칭과 진행사업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1995년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여성기금’과 상당부분 유사점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여성기금은 한국과 대만 필리핀 등 5개국의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인당 200만엔(약 1900만원) 수준의 보상금과 의료·복지 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이번에 설립될 재단이 전적으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 우리 정부가 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일본은 정부예산 최대 10억엔(약 96억7000만원)을 출연한다는 점도 다르다. 아시아여성기금 당시에도 정부 자금이 들어갔으나 피해자 개인에 지급된 게 아닌 의료·복지 사업에만 쓰였다. 개별 피해자들에게 돌아간 보상금은 일본 국민모금을 통해 조성된 기금에서 충당됐다. 때문에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난이 많았다.
우리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사업을 주도하는 형태를 취한 것도 아시아여성기금 당시 빚어진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국내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1997년 비공개로 보상금 지급을 강행, 우리 국민과 정부가 격렬히 반발한 적이 있다.
정부는 이런 과거사례를 염두에 두고 재단 설립과정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단체들과 협의를 거치는 한편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도 함께 실시할 방침이다. 재단의 운영이나 사업에 정대협 등 피해자 단체가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에서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할 보상금의 명칭을 놓고 어떤 ‘창조적 해법’이 나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여성기금 당시 보상금의 명칭은 ‘쓰구나이킨(償い金)’이었는데,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인지 ‘위로금’인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죄 서한 전달 여부를 두고도 한·일 외교당국 간 막판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양국 간 합의문에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이행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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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9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