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신조어로 본 2015년

입력 2015-12-29 17:42

2015년이 하루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올해도 내일 자정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을미년(乙未年)이 지고 병신년(丙申年)의 태양이 떠오른다. 늘 이맘때면 듣게 되는 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

2015년 대한민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고, 분노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극심한 내수 침체를 겪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청년들은 자조를 섞어가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온 나라를 갈기갈기 찢었다. 대화는 실종됐고 ‘너 죽고 나 죽자’식의 극한 논쟁만이 난무했다. 갈등을 풀어야 할 정치권은 분열을 조장해 오히려 국민들의 근심을 가중시켰다.

이런 암울한 현실은 고스란히 신조어에 녹아들어갔다. 올해 신조어는 절망과 자학, 혐오로 대변된다. 이런 감정들은 예전에는 정부, 지역 등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계급, 성(性), 개인의 취향 등에까지 번져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갖고 태어난 ‘금수저’와 그렇지 않은 ‘흙수저’ 등 계급을 나눠 상대적 박탈감을 표현했다. 흙수저로 태어나 희망이 없는 이들은 대한민국이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며 ‘헬(Hell)조선’이라고 토로했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신조어들도 무더기로 쏟아졌다. 지난해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신용불량자)’에 이어 올해는 ‘지여인’ ‘문송합니다’ ‘N포 세대’ 등이 가세했다. ‘지여인’은 취업문을 뚫기 어려운 지방대, 여자, 인문대생을 말하며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N포 세대’는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 삶의 가치를 포기해 버린 세대를 뜻한다.

붉은 태양과 함께 다시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우울했던 2015년을 뒤로하고 희망찬 신조어가 넘쳐나 우리 모두 웃을 수 있는 2016년을 기대해 본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