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로 팽팽하던 후반 18분. 왓퍼드 수비수 네이선 아이크가 퇴장당했다. 왼발을 높이 들어 토트넘 홋스퍼 미드필더 에릭 라멜라의 허벅지를 차자 심판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승부수를 띄울 때가 됐다고 판단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5분 후 토머스 캐롤을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후반 44분 감각적인 힐킥으로 결승골을 만들어 냈다. 약해져 가던 팀 내 입지를 다진 멋진 골이었다.
손흥민이 29일(한국시간) 영국 왓퍼드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왓퍼드와의 원정경기에 후반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은 것은 지난 9월 21일 크리스털 팰리스전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고 유로파리그에선 2골, 4도움의 성적을 냈다. 시즌 전체로는 4골, 5도움이다.
토트넘은 전반 17분 에릭 라멜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전반 41분 상대 오디온 이갈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 것 같았던 후반 44분 손흥민은 키어런 트리피어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날리자 골문을 등진 채 오른발 뒤꿈치로 볼의 방향을 바꿔놓는 재치 있는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토트넘 홈페이지를 통해 “내 활약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매우 멋졌다”며 “부상 복귀 후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매우 열심히 했다. 왓포드전에서 득점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손흥민의 팀 내 입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출전한 12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활약한 2011-2012 시즌 이후 가장 오랫동안 골을 넣지 못한 것이다. 또 왓포드전을 포함해 근래 4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해리 케인이 리그 19경기에서 11골을 뽑아내며 주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데다 델리 알리(17경기 4골 2도움)와 에릭 라멜라(17경기 3골 3도움)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 손흥민의 입지는 좁아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왓퍼드전 결승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이 선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얻은 기회를 살린 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승점 35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 득실에서 1골 앞서 리그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최근 프리미어리그 ‘코리안 3인방’은 모두 결승골을 꽂으며 내년 맹활약을 예고했다.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지난 20일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전에서 팀의 2대 1 승리를 주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청용이 골은 넣은 것은 4년 8개월 만이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도 27일 웨스트브롬전에서 시즌 첫 골이자 결승골을 넣었고 팀은 1대 0으로 이겼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이날 19라운드 경기 후반에 나란히 교체 출전해 맞대결을 벌였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양 팀은 0대 0으로 비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SON의 ‘힐킥쇼’… 왓퍼드전 후반 44분 결승골
입력 2015-12-29 18:50 수정 2015-12-29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