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세상을 날다 ‘꿈의 문을 열다’… 청소년 항공체험학교 ‘열린’
입력 2015-12-29 04:00
'꿈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꿈만 좇는 바보처럼 보여도 좋을 것이다.'
청소년 항공체험학교 ㈜열린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문구다. 라이트 형제가 남긴 이 명언은 열린을 찾은 학생들을 위한 말이자 설립자 자신들에게 하는 이야기다.
전라남도 강진군에 위치한 열린은 2012년 폐교 된 성화대학 교수들이 모여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1997년 개교한 성화대는 항공운항과, 스튜어디스학과, 항공정비과를 갖춘 항공특성화전문대였다. 자체 활주로를 가지고 항공기를 띄우는 유일한 전문대로 재학생 수도 20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사장의 교비횡령과 운영 비리가 적발되면서 우리나라 역사상 4번째 폐교 대학이 됐다.
학교에 남은 건 소방안전관리과 교수였던 이현석(46) 대표와 체육학과 교수였던 장철원(46)·김홍백(50) 이사였다. "과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기자재들이 녹슬고 망가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닫혔던 교문도 다시 열고 싶었고요. 그래서 회사 이름도 '열린'으로 지은 겁니다." 장 이사는 열린을 설립한 2013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남은 3명의 교수와 동참한 정성민(54·소방안전관리과)·홍성태(47·항공운항과)·권성기(53·토목과) 교수가 상처만 남은 대학을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체험장으로 변화시켰다. 항공특성화전문대였던 교내 시설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재 열린의 수업은 공항체험, 기내 비상안전 교육, 가상 파일럿 체험, 경량 항공기 탑승 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공항에 온 것처럼 여권을 만들고 항공권을 발권 받아 출국심사를 받는다. 스튜어디스 전공생들이 실습하던 보잉 727기에서 승무원 체험도 하고,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사용했던 시뮬레이터 장비로 조종사도 되어본다. 경량항공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탑승 체험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는 김민호(12)군은 "처음에는 겁나고 무서웠지만 하늘에서 바라 본 논과 밭,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 오늘부터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라며 웃었다.
올해까지 열린을 방문한 학생은 자그마치 3000여명. 매출도 지난해 1억 5000만원에서 올해는 3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 창업팀'에 선정됐고, 올해도 여성가족부의 '국제 청소년 성취포상제' 운영기관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 때에는 몇 달씩 찾아오는 학생이 없었다. 이 대표는 "시련이 우리의 꿈을 꺾을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며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은 12초 동안 35m를 날아간 게 전부다. 우리는 그보다 더 오래 더 멀리 날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의 비행을 눈여겨 봐 달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