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외교 당국이 이번 합의를 어떻게 국내 여론에 납득시킬지가 최대 관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협상 타결 전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보다도, 합의안을 갖고 어떻게 피해자와 우리 국민을 설득할지가 진짜 난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국내여론 설득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이다. 이 기금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등 한·일 양국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나온 일본 정부의 보상안이었다. 그러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 예산이 아닌 일본 국민모금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 명목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라 ‘인도주의적 보상’에만 그쳤다. 법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단 얘기다.
이번 합의안도 아시아여성기금과 마찬가지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존재한다.
한·일은 여러 난제들을 ‘창조적 모호성’으로 우회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는 여전히 국민을 설득하기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28일 “이런 형식은 양국 국민에게 각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시대에나 가능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해석이 알려지는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위안부 할머니들과 우리 정부가 사전에 이 문제를 두고 합의를 제대로 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이런 절차 없이 국가 간 합의를 이루고 설득에 나선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 또한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 단체들과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점, 기시다 외무상이나 주한 일본대사가 할머니들을 찾아가 사죄하는 등 행동을 보이지 않은 점이 아쉽다”면서도 “일단 큰 골격은 합의했으니 이런 부분을 배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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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국내 여론 설득 ‘넘어야 할 산’
입력 2015-12-2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