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위)가 국가의 사과 및 재심을 권고했던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이 과거사 정리 과정에 오류가 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과거사위가 국가의 강압·가혹행위 피해자로 분류한 농민 가운데에는 사건 발생 이전 사망자가 포함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과거사위의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 진실규명 과정에 부정이 개입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검토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남부지검은 최근 서울고검의 수사의뢰를 받아 형사5부(부장검사 최성환)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토지를 이미 처분하는 등 소송 자격이 없는 이들 다수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일부 발견됐다”고 말했다.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은 60년대 박정희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등을 조성하기 위해 농민들이 경작하던 서울 구로구 구로동 농지 수백 필지를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농민들은 토지를 임의로 불하하던 정부에 맞서 경자유전 원칙을 내세우며 64∼68년 소유권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부분 승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68년부터 서울지검과 중앙정보부 등이 이 농민들을 소송 사기와 위증 혐의로 강압 수사해 소유권 포기를 강요했다는 게 2008년 과거사위의 조사 내용이다.
과거사위 발표에서는 70년 당시 수사를 받던 농민들이 불법 체포와 구타, 감금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점도 폭로됐다. 과거사위는 석방을 전제로 권리 포기를 강요받은 143명, 무리한 기소로 재판 중 사망해 공소 기각된 12명, 유죄 판결을 받은 26명의 피해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사과하고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이후 구로 농민과 유족 다수는 국가 상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하급심에서 승소해 수백억원대 보상금을 인정받았다. 불법 체포와 감금에 따른 손해배상금도 인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가 소송을 대리하는 검찰은 재심 참여자 가운데 80여명이 무자격이라는 정황을 포착, 이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애초 피해자로 분류된 이들 중에는 가혹행위 시점 이전에 사망한 기록이 발견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과거사위의 결정문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도는 현상도 파악, 지난해 과거사위 조사관을 기소하는 한편 브로커의 개입을 꾸준히 의심해 왔다.
검찰은 손해액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1960년대 당시 농지 가격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로 농민들의 재심을 맡은 다수 재판부는 불법적 토지 강탈로 인한 손해의 발생 시점을 1999년 1월 1일로 판시해 왔다. 옛 농지법 시행일로부터 3년이 되는 1998년 12월 31일까지 상속인들이 농지대가 상환·등기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은 농지가 공단으로 변한 뒤의 개발이익까지 재산상 손해로 고려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1960년대 ‘구로공단 농지 강탈 소송사기’ 사건 과거사 정리 과정 ‘오류’ 수사한다
입력 2015-12-28 21:59 수정 2015-12-29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