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나이스 투 시유(Welcome to Korea, nice to see you).”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를 찾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 윤 장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권했지만, 기시다 외무상은 윤 장관의 손을 잡으면서도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윤 장관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회담장에 모인 취재진을 가리키며 “(언론의) 관심이 많다”고 해도,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몇 분간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끝에 모두발언도 없이 회담이 시작됐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였던 회담은 1시간10분 만에 끝났다. 당초 오후 3시15분 외교부청사 3층 국제회의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두 장관이 실제 회의장에 들어선 건 16분쯤 늦은 오후 3시31분이었다. 회견장은 한국과 일본 언론 등 취재진 100여명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회견장에 들어선 두 장관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두 장관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보도문을 되새기려는 듯 자주 눈길이 아래로 향하기도 했다. 한·일 순차통역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윤 장관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윤 장관은 “연말 바쁜 일정에도 한국을 찾은 기시다 외무상에게 감사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시다 외무상과 전력으로 협의한 결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이란 전환점을 맞아 서울을 방문해 윤 장관과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 표명사항을 낭독한 뒤 “(협의 결과에 따라) 일·한 관계가 새 시대에 들어설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다시 발언권을 넘겨받은 윤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의 발표 내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그간 지난한 협상에 마침표를 찍고 이 자리에서 협상 타결을 선언하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인고의 세월을 견딘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기시다 외무상은 청와대로 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후 윤 장관과 함께 만찬을 가진 뒤 곧바로 일본으로 귀국했다. 앞서 외교부는 27일 두 장관의 만찬이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가 직후 추가공지를 통해 “만찬 일정은 미정”이라고 알려왔다. 때문에 ‘회담 결과에 따라 만찬 여부가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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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8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