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가닥이 28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잡히면서, 그동안 냉랭했던 양국 관계도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과거사를 놓고 3년 가까이 충돌해온 박근혜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이 갈등의 진원(眞原)을 해소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외교가의 관심은 최우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제2차 한·일 정상회담이 조기에 실현될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11월 아베 총리가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청와대 정상회담’을 가졌던 만큼, 이번엔 박 대통령이 방일해 아베 총리와 회담할 전망이다. 마침 내년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의장국인 일본에서 열린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일본은 이 시기를 훨씬 앞당기기 위해 내년 3, 4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방일하면 별도로 ‘국빈방문’ 또는 ‘실무방문’ 형식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부가 이보다도 앞서 미국 워싱턴에서 내년 2월 중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하는 형식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조기 한·일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대해 “아직 그런 얘기를 할 시기가 아니다”며 신중론을 폈다.
만약 한·일 정상이 내년 상반기 양국 간 정상외교를 복원한다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군사굴기’로 대변되는 중국의 팽창전략을 견제할 한·미·일 군사동맹도 한·일 갈등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미(對美), 대중(對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양국 간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도 순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다. TPP가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경제협정이지만, 일본이 이 협정을 지탱하는 지렛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우리 정부를 밀어줄 경우 지지부진했던 가입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속됐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끊겼던 양국 간 통화스와프도 복원될 수 있다. 원화와 엔화의 통화스와프는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불안정성이 증대된 양국 경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일(反日)여론 때문에 추진이 보류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등도 탄력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올해는 한·일 관계에 난제가 산적한 해였지만,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비교적 슬기롭게 해결했다”면서 “새해에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출발을 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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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9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