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세계는 유난히 암울하다. 유럽은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은 전 세계를 겨냥한다. 지구 반대편의 문제가 내 삶의 문제가 되는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좋은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관점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을 분석해 주목받고 있는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를 최근 만났다. 그는 저서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기독교를 포함해 다양한 종교가 여러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시대에 종교는 모든 이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책임 있는 응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시민, 즉 모든 인간이 국적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나의 태양 아래 있는 코즈모폴리턴이란 개념에 주목했다. 그는 “기독교적 용어로 바꾸자면 코즈모폴리턴은 인간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하나님은 기독교인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해서 독생자를 보냈고 이는 곧 무차별성의 사랑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가 삭개오를 바라보고 그의 집에 거하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무조건적인 환대’를 포착한다. 바울이 에베소서 2장에서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이나 이방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과 하나님의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같은 동료 시민’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코즈모폴리턴의 개념을 읽어낸다. 강 교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성별, 인종, 계층, 국적, 종교 등을 넘어서 모든 인간과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그들을 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천들은 코즈모폴리턴으로서 환대와 이웃사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그는 “저마다 개인적 정황에서 내가 관계할 수 있는 이웃이,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문제가 무엇인지,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가 이웃인지, 그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놓고 씨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주장하는 기독교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예수적 시선을 따르기 위한 철학적 담론이자 사회정치적 실천이다. 미국에서 이 주제로 학술 모임 외에 평신도 지도자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도 가졌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신앙 이해에 빠져 있는 한국의 기독교인이나 교회가 코즈모폴리턴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기독교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가 종교인과 비종교인, 한국교회 평신도와와 목회자들이 이 책을 읽기 바라는 이유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책임적 삶을 살라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강남순 美 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종교가 응답할 때”
입력 2015-12-28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