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내가 뭘 하면 ‘위험하다’ 하는데… 주저하면 중심에 못서”

입력 2015-12-28 19:01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이 28일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과 관련,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 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투자은행)의 역량을 결합해 투자금융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훈 기자

“내가 뭘 할 때마다 ‘위험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주저하면 중심에 서지 못한다.”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풍운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시종 자신감이 넘쳤다. 박 회장은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이 선정된 것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28일 열었다. 간담회 장소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4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조성해 개발, 지난 10월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6성급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품으면 자기자본이 8조원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국내 1위 증권사로 거듭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창업하고 나서 어느 정도 영역은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은 감동이었고 개인적으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 금융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샐러리맨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1958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86년 동양증권 입사로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동원증권으로 옮긴 그는 90년 최연소(32세) 지점장이 됐고, 97년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웠다. 이듬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이며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2007년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펀드가 ‘중국 몰빵 투자’ 논란 속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우증권 인수로 그가 ‘샐러리맨 신화’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을지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간담회에서 이노베이터(innovator·혁신자)와 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투자”라며 “미래에셋의 이번 결정도 한국경제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 필요한 것은 아모레퍼시픽과 한미약품 같은 이노베이터이며, 이런 전문화된 회사들이 한국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병법인의 사명으로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 우려에 관해선 “지금까지의 금융사 합병 후 구조조정 사례는 참고하지 않을 것이며, 훌륭한 후배들(대우증권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23개 계열사 어느 곳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연봉 공개를 안 하려고 회피한 게 아니라 자산운용사에 등재가 되면 다른 분야를 못하게 해놔서 그런 것”이라며 “내 연봉은 9억원이고 나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이날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9.67% 급등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