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KTX 열차표 2장 주세요.” “마권(승마투표권) 2장이요.”
앞으로 철도청이나 한국마사회 직원들은 이렇게 티켓 구매를 요청하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긴장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친절도를 조사해 업무 실적에 반영하는 일명 ‘암행’ 평가를 검토 중인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외주업체 직원이 민원인을 가장해 공공기관 직원들과 직접 접촉하는 식으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포함돼 있다. 평가 결과는 성과연봉제를 위해 업무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 중 ‘친절도’에 들어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민원인과 접촉이 많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대상”이라며 “일반 기업에서 암행 평가의 실전 경험을 쌓은 외주업체에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암행 평가가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두고 공공기관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노동개혁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도 섣불리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을 달성한 정부는 올해 안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확대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2010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모든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려고 했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에 막혀 대상을 간부로 축소했다.
그러나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생산성 제고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성과중심 조직운영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면서 5년 만에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를 예고했다. 대상은 입사한 지 7년 이상이거나 일정 직급 이상 직원이다.
노조 반발은 크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개별 평가를 한다면 개인 성과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고 윗사람 눈치보기만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친절도까지 점수를 매긴다면 조직의 유연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성과연봉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주영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공공기관에 필수인 협업 체계는 무너지고 공적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등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개혁법안도 걸림돌이다. 이 법안 때문에 야당과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경우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암행 평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무원들은 민원인 전화를 받기 때문에 전화 예절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평가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복불복’이라는 시선이 많다.
조봉환 공공정책국장은 “친절도는 성과연봉제를 좌우할 만큼 큰 점수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항목”이라며 “공기업 노조들이 친절도 점수가 업무 평가 점수를 깎아먹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획] 공기업 직원 친절도 암행평가 하겠다는 정부
입력 2015-12-29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