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득세하는 탈레반… 14년만에 아프간 영토 30% 접수

입력 2015-12-29 04:00

2001년 뉴욕 9·11테러 뒤 미국은 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라덴을 붙잡기 위해 그해 10월 그를 비호하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이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열흘도 안 돼 무너졌고 미국이 세운 친미정부에 맞서는 반군(叛軍)으로 전락해 지금까지 소규모 게릴라전을 전개해 왔다.

그런데 그 탈레반이 다시 아주 강력한 세력으로 탈바꿈해 되돌아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탈레반은 쿤두즈, 마자르이샤리프, 헤라트 일대 등 북부 요충지를 비롯해 수도 카불 주변과 남부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까지 장악했다. WP는 “탈레반 반군은 현재 아프간 전체 영토의 30%를 접수했으며 2001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수행해온 14년간의 아프간전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탈레반이 남부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게 미국으로선 가장 뼈아픈 일이라고 WP는 평가했다. 파키스탄과 접경한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는 아프간의 아편 주산지로 이곳을 장악하면 든든한 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2010년 기존 7만명에 더해 3만명의 미군을 더 투입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때도 헬만드주가 주된 타깃이 됐다.

탈레반이 득세하게 된 것은 미군의 단계적 철수가 가장 큰 원인이다. 아프간 파병 미군은 2010년 1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었고 지금은 9800명만 남아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아프간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말까지 완전철군키로 했지만 최근의 변화된 전세 때문에 2017년 이후에도 5500명은 유지키로 했다.

아울러 아프간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 실업률 증가 등으로 민심이 이반되면서 상대적으로 탈레반이 지지를 얻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정부군도 전의(戰意)를 상실해 걸핏하면 도주해 미군이 제공한 최신 군장비와 무기가 속속 탈레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보다 유리한 협상 고지에 오르기 위해 탈레반이 전방위로 공세에 나선 것도 최근 전황이 긴박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아프간 정부는 내년 1월 초에 미국과 중국, 파키스탄 및 아프간 제 세력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열린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간 정부군과는 달리 이라크 정부군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이라크 동부의 안바르주 주도(州都) 라마디를 탈환했다고 AP통신이 이날 전했다. 정부군이 지난 5월 라마디에서 퇴각한 지 7개월만의 탈환이다. 정부군은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IS의 이라크 내 최대 거점인 북부의 모술을 다음 공격 목표로 IS 격퇴전을 전개할 방침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