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성형수술’ 중 광대뼈 함몰 의료사고… 집도의사 “KTX 타야 한다” 자리떠

입력 2015-12-28 20:03

대학생 A씨(23·여)는 평소 두드러진 광대뼈와 사각턱이 콤플렉스였다. 지난해 10월 저렴한 가격에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A씨 어머니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를 찾았다가 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라이브 시연 수술에 참여하면 싼값에 수술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졸업을 앞두고 의사 한모(41)씨가 운영하는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광대뼈와 턱을 깎는 수술을 했다. 수술 장면이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실시간 중계되는 ‘라이브 수술’ 대가로 시가의 10분의 1 수준인 70만원만 수술비로 냈다.

A씨는 수술 직전에야 다른 의사들도 수술을 참관한다는 말과 5∼10분의 짧은 설명을 들었다. 부작용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했다. 진료기록부도 작성하지 않았다. 장소는 한씨 병원이었지만, 수술 집도는 부산의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 이모(36)씨가 했다. 다른 의사 10여명과 수술에 사용한 초음파 장비를 제공한 의료기기업체 이사 김모(38)씨 등이 시연을 참관했다.

이씨는 전신 마취된 A씨의 광대와 턱 모서리 등 4곳을 절개했다. 뼈를 갈기 위해 오른쪽 광대에 기계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강도 조절에 실패했다. 그는 정상치의 3배에 가까운 강도로 수술을 했다.

이씨는 나머지 3곳의 뼈를 마저 깎고 문제가 생긴 오른쪽 광대뼈만 봉합한 뒤 “부산행 KTX 시간이 다 됐다”며 자리를 떴다. 이씨가 가버리자 나머지 부위를 한씨가 봉합했지만 오른쪽 광대뼈 부위는 움푹 파여 있었다.

수술이 끝난 뒤 A씨가 부작용을 호소하자 장소를 제공한 한씨가 치료했다. 그러나 증상은 심해졌다. 큰 병원을 전전하던 A씨의 광대뼈는 결국 두 조각이 났다. 그런데도 수술을 한 이씨와 장소를 제공한 한씨 등은 발뺌을 했다. 의사 두 명과 의료기기업체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자 A씨는 지난 4월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의료사고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상 등)로 의사 이씨, 장소를 제공한 의사 한씨와 의료기기업체 이사 김씨 등 업체 직원 2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시연만 했다며 한씨와 김씨에게, 한씨는 장소만 제공했다며 이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한다.

경찰은 수술을 집도한 이씨와 의료기기업체 관계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장소를 제공한 한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