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역학조사관 채용, 결국 미달… 메르스 등 후속 방역 대책 ‘삐걱’

입력 2015-12-28 19:52
2년 계약직으로 모집하는 정부의 감염병 역학조사관 채용에서 결국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국민일보 12월 15일자 11면 보도). 정부는 추가 모집에 들어갔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우수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역학조사 담당 전문임기제 공무원 ‘가’급 채용에서 지원자가 모집 정원에 미치지 못해 재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4일까지 추가 지원 접수를 받는다.

복지부는 가급에서 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가급은 의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6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연구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12∼21일 진행된 모집에서 이보다 적은 인원이 지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몇 명인지 확인해주긴 어렵다”고 했다.

각각 18명과 5명을 뽑는 역학조사관 나급과 다급의 경우 미달은 아니지만 지원자가 서류전형 기준인 3배수에 미치지 못했다. 나급과 다급을 합쳐 50명 남짓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원자가 모집정원의 3배수 이상인 경우 서류 합격자를 3배수 이상으로, 3배수 미만인 경우는 적격 여부를 심사해 서류 합격자를 고른다는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모집기간 중인 지난 16일 변경 공고를 내고 나급에서 간호학 전공자에도 지원자격을 주는 등 응시 자격을 확대했었다.

의료계에선 지원자가 적은 결정적 이유를 계약직 신분에서 찾고 있다. 계약을 마치고 난 뒤 옮길 수 있는 자리가 불투명해 지원을 고려하는 입장에서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전문임기제 가·나·다급은 모두 최초 계약기간이 2년이다. 복지부는 “임기제 공무원은 5년 범위 내에서 전체 기간을 채워 근무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최장 10년간 연속해 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논란을 떠나 역학조사관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이든 공공기관이든 역학조사관 경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각 시·도에 질병관리본부와 비슷한 조직이 만들어지면 역학조사관들이 각 지역의 방역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8월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특수직렬인 방역직을 만들고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직 신설에 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내년에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