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후보 3명의 첫 TV 토론회가 27일 열렸다.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에 대해 집권 국민당 주리룬 후보의 거친 공세가 이어졌다. 친민당 쑹추위 후보는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에 부쳤다는 평가다.
주 후보는 자신의 정견 발표 시간 8분 중 4분30초가량을 차이 후보 비판에 할애했다. 특히 민진당 집권 시 중국과의 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주 후보는 국민당 정권 및 중국 모두 양안 관계의 토대로 생각하고 있는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해석은 각자에게 맡긴다는 내용)을 차이 후보가 인정하고 있는지 캐물었다.
이에 대해 차이 후보는 “92공식에 대한 입장은 누누이 밝혀왔다”면서 “현행 중화민국(대만) 체제 하에서 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따라 양안 관계를 추동하고 과거 누적된 성과를 양안관계를 처리하는 기초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차이 후보는 “92공식은 하나의 선택항이지 유일한 선택항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만 언론들은 주 후보가 차이 후보의 92공식에 대한 입장 설명이 이어질 때 8번이나 머리를 가로저었다고 전했다. 차이 후보는 특히 “양안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주 후보의 입장은 국민 대다수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역공을 펼쳤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주 후보는 이날 현재 월 2만 대만달러(약 70만원)인 최저 임금을 4년 내에 3만 대만달러(약 100만원)로 인상하는 등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차이 후보는 “국민당은 집권 기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주 후보의 정책도 주문자생산체제를 지속하고 중국경제에 종속시키는 등 과거 정책과 다른 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친민당 쑹 후보는 “총통에 당선되면 경제 성장을 촉진해 2030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한국보다 1.5% 포인트 높게 하고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TV 토론에서 주 후보가 비교적 차이 후보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만 TVBS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 차이 후보는 46%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했으며 주 후보와 쑹 후보는 각각 26%와 10%를 기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대만 총통선거 첫 TV 토론] 차이잉원·주리룬·쑹추위, 對中 관계 날선 공방
입력 2015-12-28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