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수입 세계 1위라면서 공급자에 끌려다녀서야

입력 2015-12-28 18:04
한국이 지난해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라는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CRS가 발간한 연례 무기 거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지난해 78억 달러(약 9조1300억원)에 달하는 무기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3위인 이라크 73억 달러, 브라질 65억 달러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NYT는 “한국은 70억 달러(전체의 90%가량) 이상을 미국산 무기 구입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지구촌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각종 도발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쟁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무기 구매는 대단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무기가 유사시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도입하는 데 천문학적인 나랏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산 무기를 들여오면서 핵심 기술을 제대로 이전받지 못했고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에 질질 끌려다니는 인상을 줬다. 무려 18조4000억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 추진과정에서 미국이 핵심 기술이전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핵심 기술이전을 문서로 보장받고 적정 가격으로 무기를 도입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차제에 무기 구매 국가의 다변화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기 국산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영토는 한국산 무기로 지킨다는 각오로 방위산업 국산화에 매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