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는 광풍이 불었다. 역대 최고액인 723억20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오재원과 고영민이다. 이들의 협상은 올해를 넘겨 장기화될 조짐이다. 자칫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는 ‘FA 미아’ 가능성까지 생겨나고 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22명 선수 중 오재원과 고영민만 28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원소속팀은 둘 다 두산 베어스다.
오재원은 올 시즌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 주장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4년 60억원 정도의 대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금액 탓에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두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재원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특급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타율 0.280에 59타점, 11홈런, 31도루에 그쳤다. 두산 입장에선 특히 이 금액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바로 모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받았고 핵심부서인 공작기계사업부까지 매각했다.
FA 시장 상황도 오재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오재원의 포지션인 2루수와 관련해 수요가 없다. 2루수인 야마이코 나바로와 재계약을 포기한 삼성 라이온즈는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고 사실상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KIA 타이거즈도 2루수인 안치홍이 곧 군에서 제대한다.
고영민은 더욱 사정이 안 좋다. 고영민은 원소속구단 협상기간에 두산과 계약 기간에서 이견을 보였다. 이에 타구단 협상기간에 시장으로 나갔지만 결국 둥지를 찾지 못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있는 고영민을 영입하기 위해 보상금뿐 아니라 보상 선수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할 구단이 보이지 않는다.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과 그렇게 입장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이번 주 중 만남을 갖고 세부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며 “고영민은 오재원과의 계약이 끝난 후 협상 테이블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프로야구 FA 오재원·고영민, 해 넘기고 ‘미아’ 되나
입력 2015-12-28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