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스위스 엘리베이터 기업 쉰들러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악연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쉰들러 측은 최근 요르그 알로이스 레딩 주한 스위스대사를 통해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에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함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쉰들러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개별 기업의 일에 정부가 나서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7.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쉰들러가 문제 삼는 것은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해운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등 지분을 매입하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 모두 신고한 합법적인 자금거래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쉰들러는 2011년 지분매집과 소송전 등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합병(M&A)하려다 실패했다. 한때 35%에 달했던 지분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쉰들러가 모두 불참하면서 17.1%로 떨어졌다.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자 지분과 우호지분을 고려하면 현 회장 측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48% 정도다. 때문에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M&A를 다시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의사결정 때마다 계속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쉰들러 측의 최근 움직임이 현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낸 718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의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은 현재까지 70건이 넘는 M&A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온 인물”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 M&A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다시 불거진 쉰들러-현대엘리베이터 ‘악연’
입력 2015-12-28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