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포인트 가드 삼국지

입력 2015-12-28 19:39

프로농구에서 포인트 가드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그 주인공은 울산 모비스 양동근(34·181㎝)과 서울 SK 김선형(27·187㎝), 고양 오리온 조 잭슨(23·180㎝)이다.

이들 세 명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양동근은 국가대표 차출로 1라운드에 뛰지 못했고 김선형은 불법 스포츠도박 파문으로 개막 후 20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다. 잭슨은 같은 팀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에 밀려 출전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 김선형이 지난달 21일 복귀했고, 잭슨도 헤인즈가 지난달 15일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많아졌다.

양동근은 모비스의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팀 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인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팀을 떠났지만 모비스가 여전히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은 양동근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나이로 30대 중반이지만 경기당 36분 17초를 소화해 ‘철인’으로 불린다.

김선형은 전매특허인 속공을 펼치며 하위권으로 처진 팀을 끌어 올리고 있다. 김선형이 없었던 초반 20경기에서 SK는 경기당 3.3개의 속공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그가 가세한 후 5.5개로 크게 늘어났다. 김선형은 또 약점으로 지적된 외곽슛까지 새로 장착했다. 28일 현재 3점슛 성공률이 무려 54.2%로 1위다. 2위 김기윤(23·안양 KGC인삼공사)의 46%와는 8%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잭슨은 단신임에도 덩크슛을 꽂아 넣는 등 탄력이 좋고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5일 서울 SK와 경기에선 김민수에게 주먹을 휘둘러 퇴장 당한 뒤 견책과 함께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심기일전한 잭슨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27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선 21점을 넣고 어시스트 10개를 배달해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포인트 가드 능력의 척도인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함지훈(31·모비스)이 5.62개로 1위인 가운데 양동근이 5.5개로 2위, 김선형은 5.4개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 출전 시간이 짧았던 잭슨은 3.83개로 6위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