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펌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건국대학병원 최수봉 박사(63)는 지난달 26∼28일, 대만 가오슝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국제당뇨병학회 강사로 초청 받았다. 전 세계 내분비계 의사 및 병원관계자 500여명이 모인 이 학회에서 최 박사는 ‘인슐린펌프 치료시 당뇨병 완치기전’이란 논문을 발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현대 당뇨치료가 보통 혈당정상화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도당의 원인이 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를 자극하는 먹는 약을 처방하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당뇨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최 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인슐린펌프를 사용해 치료한 결과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능인 식후 2시간 혈청 C-peptide가 5.97ng/ml에서 1년 후에 6.64ng/ml, 4년 후에는 7.46ng/ml 증가하며 정상화된 사례를 밝혔다. 혈당이 단기간 또 장기간 계속해서 정상화된 것을 발표한 것이다.
이 인슐린펌프 치료의 장점은 음식을 잘 먹으면서 혈당도 정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식사를 제한해야 하는 일반치료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췌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당뇨병 완치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는 국제당뇨병학회 이전에 9월 15∼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51차 유럽당뇨병학회에도 초청돼 ‘제2형 당뇨병에서 인슐린펌프 치료시 완치는 병력(病歷)과는 관계가 없다’란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
최 박사가 이처럼 국제 당뇨관련 세미나 및 학회에 항상 강사로 초청되는 이유는 그가 1979년, 28세에 인공췌장인 인슐린펌프를 개발한 당사자이자 인슐린펌프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인슐린펌프가 첫 선을 보인 지 36년이 지난 현재, 12번 모델이 바뀌며 놀라운 기계적 변화를 가져온 이 기기는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자동주입이 되는 것은 물론, 수시로 혈당을 체크할 수 있고 적정 인슐린 계산 기능 등 유비쿼터스 작동이 가능해졌다. 정상인은 평상시에도 췌장에서 일정량의 기초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당뇨환자는 그렇지 못하기에 식사 후 올라가는 혈당 수치에 맞춰 적정량의 인슐린 분비가 되도록 도와주는 기계인 것이다.
최 박사는 “사람들이 인슐린펌프를 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는 것처럼 간단하게 주머니나 옷에 인슐린펌프를 넣고 자신의 상태에 따라 인슐린 주입량을 달리해 넣는 것”이라며 “복부 피부에 아주 작은 미세한 바늘을 착용하기 때문에 활동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가 개발한 인슐린펌프(다나)가 세계 60여개국 의료진과 학술교류를 하며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현재 ‘세계 당뇨병 인슐린 펌프학회’ 회장도 맡고 있어 매년 세미나를 열어 자료를 공유하는데 모두들 큰 효과에 놀라워 하고 있습니다.”
최 박사는 내년에도 호주와 한국 미국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당뇨 및 인슐린펌프학회 강사로 이미 내정돼 있고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의 논문게재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최 박사는 4대로 이어지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가문이다. 조부(최창동 장로)가 함평 나산교회를 설립했고 유명한 최흥종 목사도 집안의 어른이다. 부친(최현 집사)과 최 박사, 아들(최형진)도 모두 서울의대를 나온 동문이다.
이런 신앙의 흐름은 최 박사가 자신이 출석하는 작은 농촌교회에서 다문화가정선교센터를 겸한 성전을 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나 인도지역 교육선교 후원, 의료선교, 교회개척 등에 적극 참여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 복지기관의 시설을 지원하고 포사이트 선교사(1873∼1918) 룸으로 이름짓기도 했다. 집안 어른인 최흥종(1880∼1966) 목사가 바로 나환자를 돌보는 포사이트 선교사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목사가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전 인슐린펌프를 개발케 하신 것이 세계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사명을 주신 것이라 믿습니다. 기술을 더욱 개발해 고통 받는 당뇨환자들에게 건강을 선사하고 후일 노벨상에도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 제 꿈입니다.”
충주시는 지난 5월, 당뇨바이오 특화도시 원년 선포식을 가지면서 최 박사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했다. 그 이유는 최 박사가 그동안 건국대 충주병원 당뇨센터장으로 당뇨관련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바가 컸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박사는 그동안 특화도시 조성사업 자문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님이 진정 기뻐하시는 일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국내 500여만 명 당뇨병 환자들에게 “당뇨병은 불치병이 아니며 얼마든지 완치도 가능하다”며 희망을 주고 있는 최수봉 박사. 최근 ‘K-헬스대상’ 의학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최 박사는 서울 건국대병원(목·금)과 충주 건국대병원(화·수)에서 환자를 진료한다(dangin.co.kr·1544-8454·02-2030-5088).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당뇨병 환자 완치 돕는 일, 하나님이 제게 주신 사명”…인슐린펌프 세계 최초 개발한 최수봉 박사
입력 2015-12-28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