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한 달간 휴일 없이 근무 사망… 업무상 재해 아니다”

입력 2015-12-28 00:18
휴일 없이 한 달간 일하다 뇌출혈로 사망한 20대 회사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질병과 업무 스트레스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모(사망 당시 29세·여)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2005년부터 한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한 김씨는 2012년 9월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김씨는 뇌출혈로 닷새 뒤 사망했다.

김씨는 사망 전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개인사정으로 업무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을 제때 마치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상사의 질책도 잦아졌다. 쓰러지기 전날도 밤 10시까지 일을 하는 바람에 시어머니와의 저녁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늘어난 근무시간을 감안해 ‘만성 과중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진료감정의의 소견이 채택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김씨가 4주간 휴일 없이 일했지만 보통 오후 8시 이전에 퇴근해 규칙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7년간 근무한 이력을 감안하면 업무 범위가 다소 넓어진 점이 특별히 심한 정신적 압박을 야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