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대타협을 시도하는 이틀간의 한·일 협의가 27일 막을 올렸다. 양국은 제12차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갖고 28일 예정된 외교장관회담 안건에 대한 ‘가지치기’에 착수했다. 처절한 과거사의 상처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상 가속화’에 합의한 이후 상당부분 논의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극적 타결 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위안부 ‘일본 책임’ 어떻게 정리하나=위안부 협상의 최대 현안은 일본의 법적 책임 문제다. 그 근간에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놓여있다. 협정 제2조1항은 ‘양국간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권리·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들어 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완전히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반(反)인도적 불법행위인 만큼 예외조항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를 청구권 협정 예외 사안으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양측은 27일 열린 제12차 국장급 협의에서 이에 대한 ‘창의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의 입장을 양해하면서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전략적 모호함’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위안부 협상 타결이라는 큰 틀 아래 일본의 법적 책임은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정치·외교적 결단 외에 법적 문제의 해소를 위한 문서 확약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파행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장급 협의에는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일본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섰다. 이번 협의는 지난 24일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특사 방한’을 지시한 뒤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상 철거 등 반대급부도 부담=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 문제에 대해 진전된 제안을 한다 해도 반대급부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판이 깨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의 경우 철저히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위안부 협상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소녀상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 국민정서상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아베 총리의 사과 편지와 1억엔(약 9억7000만원) 규모의 피해자 기금 설치 문제도 온도차가 있다. 국내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폴란드를 찾아 무릎 꿇은 것처럼 일본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사과 편지에서 ‘책임’이라는 표현에 난색을 표해 ‘자책의 념(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협의했다”고 보도해 현격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피해자 기금 역시 규모와 설치 목적 등에서 다소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측이 정상회담 이후 전향적 자세로 돌아선 만큼 일단 모종의 성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한 상황에서 ‘플러스알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자제하면서 일본의 제안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이 올해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섰으니 이전과 다른 무엇인가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며 “회담 성패는 우리가 아닌 일본에 달렸다”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한·일 위안부 회담] 국장급 협의와 회담 전망… 日 ‘법적 책임’ 우회적으로 언급에 무게
입력 2015-12-27 21:37 수정 2015-12-28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