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김삼환 박종화 목사가 27일 서울 명성교회와 경동교회에서 마지막 주일 설교를 끝으로 은퇴했다. '섬김'과 '지성' 목회의 아이콘으로 자리해온 두 교계 지도자의 은퇴는 산업화 시대 영적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바통 터치를 의미한다. 두 사람은 이날 '보답할 수 없는 은혜' '은혜가 족하도다'란 제목으로 담임목사로서 고별 설교를 했다. 차분하면서 묵직한 말씀 은사가 2015년 마지막 주일을 맞는 예배당에 감돌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명성교회에서 35년간 제가 한 일들은 기억할 필요도 없고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돌려야합니다. 주의 종은 주님의 일을 하고 사라질 뿐 언제나 우리 앞에 계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주일 밤 찬양예배에서 담임 목사로서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를 이끌어온 김 목사가 정년을 맞아 27일 은퇴했다. 교회세습, 전별금 이슈 등 대형교회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은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명성교회는 당분간 노회에서 임시당회장을 파견 받아 교회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명성교회는 이날 낮 주일찬양예배 후 교회 예루살렘성전 본당에서 ‘원로목사 추대를 위한 공동의회’를 열고 김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했다. 1980년 7월 6일 김 목사가 명성교회를 개척한지 35년 5개월여 만이다. 김 목사는 “주님의 은혜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의 길을 떠나지 않고 목회 사역을 할 수 있었다”며 “그 길을 걷는 동안 항상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후임목사 선정은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심사숙고하기로 했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말 청빙위원회를 꾸려 후임목사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합병 후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징검다리 세습을 할 것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청빙위는 ‘교회세습’ 논란을 일축하듯 김 목사 아들인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후임목사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 목사 역시 최근 청빙위원들을 만나 “교단 총회를 존중하고 한국교회를 위한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2013년 교회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명성교회는 후임목사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에 임시당회장 파송을 요청할 방침이다. 임시당회장은 교회의 행정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주일예배 설교는 김 목사가 계속 전할 계획이다.
명성교회는 김 목사에게 전별금 29억6000만원을 제시했지만 김 목사가 사양했다. 대신 이 돈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명성교회 교인 중 어렵고 힘든 교인들을 위해 10억원, 교회를 개척하려는 부목사에게 지원금 명목으로 10억원,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위해 9억6000만원을 써달라고 당회에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를 개척해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켰다”며 “이런 경험 때문에 전별금을 교회 개척 지원금과 힘든 이웃을 위해 사용하길 원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은퇴 이후 선교사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김 목사는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장을 맡고 있고,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왔던 에티오피아에 명성기독병원(MCM)을 세워 의료선교를 진행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서울 명일동 한 상가건물에 교인 20명과 함께 명성교회를 개척한 뒤 35년간 교회를 이끌며 교인 수 10만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특히 한국교회에 특별새벽기도회(특새) 바람을 일으키며 교인들의 새벽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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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7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