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근혜 정부, 시작 잘못됐으니 결과 뻔해… 기대 안해”

입력 2015-12-27 22:00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철수 신당’의 정책기조를 밝히고 있다. 구성찬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7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정부와 정면으로 각을 세운 것은 ‘야당심판론’이 아닌 ‘정권심판론’으로 대안 정당의 입지를 굳히려는 포석으로 여겨진다. ‘안철수 신당’의 경쟁 대상은 새정치민주연합만이 아니라 ‘낡은’ 한국정치 전체라는 논리다.

안 의원은 우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으로 신당 창당 기조를 밝히는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시작이 잘못됐으니 결과도 뻔하고 국민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최고의 인재를 찾기보다 편을 가르고, 아는 사람 중에서도 말 잘 듣는 사람만 쓰는 게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부·여당엔 “1970년대 개발독재”라고, 현재의 제1야당에 대해선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구시대적 발상으로는 우리 정치의 근본적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교육정책, 통일정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며 ‘공정성장’을 신당의 경제정책 제1기조로 제시했다. 통일·안보 기조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남북관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복지 강화를 요구하며 증세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일정한 증세는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은 국민께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다.

신당의 중심 가치로는 ‘공감과 소통’ ‘참여와 개방’ ‘연대와 협치’를 제시했다. 안 의원은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낙인찍고, 배척하는 뺄셈의 정치에 대화와 타협의 여지는 없다”며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개방과 참여를 통해 더 나은 목표를 찾아가는 게 새 정치의 모습”이라고 했다. 사실상 새정치연합 주류 진영을 향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며 절박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안 의원은 오후 토론회에서 “새로운 사람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신당의 ‘공천 혁신’ 요구도 쏟아졌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기조강연에서 “현역 의원들이 탈당해 신당에 가면 다 공천받는 것으로 밖에서 알고 있는데, 이를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며 “호남의원 절반은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오늘 신당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라며 “(안 의원이) 야당에 부족한 경제, 안보, IT 분야 전문가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체성이 없고 모호한 이념만 늘어놨다”고 평가 절하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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