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숙려기간(5일) 등을 고려할 때 정상 절차로 쟁점법안, 선거구 획정안을 연내 처리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 이제 이목(耳目)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택에 쏠려 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정 의장 주재로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의를 위해 이달 들어 8번째 만났지만 3시간도 채 안 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여야는 북한인권법을 제외한 주요 쟁점법안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사위를 통과한 무쟁점 법안들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키로 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에 대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한 획정안을 검토하도록 주문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합의가 안 되면 현행(비율)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하는데 나 혼자 생각에는 1월 1일 0시(가 기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선거구 획정 관련 중재 역할은 오늘로 끝내겠다”며 협상 결렬시 자신은 빠진 채 여야 지도부에 협상을 맡기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정치권에선 ‘D-데이’, 즉 정 의장의 직권상정일이 헌법재판소가 입법 시한으로 정한 12월 31일이 아닌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 8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구 공백’ 혼란 우려에도 획정안 연내 처리 전망을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활성화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정은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법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안만 연내에 따로 처리한다면 협상의 ‘지렛대’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게 여권의 인식이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구 획정을 하고 나면 야당이 협상 자체를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구 무효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정 의장이 연내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16대 국회 때도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 등을 놓고 지금처럼 논쟁을 벌였다. 결국 총선을 37일 앞둔 2004년 3월 9일에야 선거구는 가까스로 획정됐다.
당시 선거구 무효 사태가 두 달 이상 지속됐던 셈으로 이번에도 연말 시한을 넘기더라도 ‘입법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정 의장도 지난 16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지정할 것”이라며 직권상정 기한을 연말로 못 박지 않았다.
정 의장이 심사기일 지정을 통해 본회의에 부칠 선거구 획정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연내 직권상정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정 의장은 기존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안의 경우 지역구가 통폐합될 수 있는 여야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이 크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선거구 직권상정 ‘D-데이’는 31일 아닌 내달 8일?… 여야 지도부 회동 결렬
입력 2015-12-27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