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생한 서울 은평구 다세대주택 건축 공사장 인근 주택균열 사고는 주택 여러 채가 붕괴 직전까지 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공사업체가 땅파기 작업을 하면서 누수 등에 따른 지반침하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고 관할 구청 역시 주민이 위험하다고 수차례 신고했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여전했다.
26일 새벽 4시쯤 은평구 녹번동의 한 다세대주택 건설공사 현장 주변 건물 8채에 금이 가고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소방 당국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위험하다고 판단, 가스관을 차단하고 주민 38명을 대피시켰다. 현장에 있던 은평구 직원 1명은 무너진 담장에 깔려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금이 간 건물들은 1971∼1983년 지어진 낡은 주택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717㎡의 도시형 생활주택 2개동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7일 실시된 현장 점검에서 전문가들은 맨홀 노후화와 상수관 변이로 인한 누수, 흙막이벽이 토사 압력을 이기지 못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우종태 경복대 교수는 “공사장에서 오래된 맨홀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물이 새면서 흙이 물을 머금는 바람에 토압이 올라가 경사지 지지대가 기운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우 교수는 또 “지하수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밑에 있는 지형이고 겨울이라 지하수 수위도 낮다 보니 시공사가 누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며 “지하 상수도관 이음새가 허술해지면서 2∼3시간 물이 샜던 것도 토압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틀 전인 24일 오후 현장 지반 침하로 벽에 금이 간 주택의 주민이 구청에 처음으로 붕괴 위험을 신고했으나 구청 측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 현장을 점검하지 않고 28일 대책회의를 갖기로 했다. 또 이달 중순부터 공사장 인근 주택 건물벽에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구청이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는 붕괴 위험이 제기된 주택 8개동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하고 그중 2곳은 건축주에게 철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은 30일까지 보강공사를 진행한 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붕괴 위험 주택과 주변 주택 5개동에 사는 주민 총 132명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영하의 날씨 속에 구청 등에 피신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구청 관계자는 “철거 예정인 2개 건물 거주민들에게는 시공사 측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고 주택을 새로 지어주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시청과 구청의 점검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김판 기자 jjkim@kmib.co.kr
다세대 건축 공사장 인근 주택 8채 균열사고… 주민들 긴급 대피
입력 2015-12-27 19:28 수정 2015-12-28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