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당신은 어머니의 자부심.’ 첫 골이 터지자 사랑팀 선수들은 셔츠에 새긴 글귀를 펼쳐 보였다.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세리머니였다. 희망팀은 곧바로 만회골을 넣은 뒤 ‘청춘,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글귀로 화답했다.
‘축구 산타’들이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홍명보장학재단의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5(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5)’에 출전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홍명보장학재단의 홍명보(46) 이사장이 2003년부터 열어 온 자선축구는 올해로 벌써 13년째를 맞았다. 매년 약 2억원의 수익금은 소아암 환자들을 돕는 데 쓰였다.
최근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그린타운의 사령탑을 맡은 홍 이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13년째 이 대회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기엔 어려운 시기다. 기존 소아암 환자를 돕는 것은 물론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 실업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자선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자선경기는 사랑팀과 희망팀으로 나뉘어 펼쳐졌다. 사랑팀엔 포항 스틸러스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진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골키퍼 김병지와 이종호, 이근호(이상 전북), 염기훈(수원), 황의조(성남) 이천수(은퇴), 박주영(서울), 정대세(시미즈) 등을 이끌었다.
안정환 해설위원이 이끈 희망팀에선 김진수(호펜하임),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도르트문트) 등 분데스리가 4인방과 골키퍼 김승규(울산),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이승우(바르셀로나), 개그맨 서경석 그리고 야구선수 이대은(지바 롯데) 등이 출격했다.
스타들은 재치 넘치는 골 세리머니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천수와 이승우는 익살스러운 ‘뿅망치 대결’을 벌였고, 야구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강속구를 뿌렸던 이대은은 골을 넣은 뒤 ‘투구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정대세는 선수들을 세워 놓은 채 볼을 차 쓰러뜨리는 ‘볼링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종호는 뿅망치로 선수들의 머리를 때리는 ‘두더지 세리머니’를 했는데, 전남에서 한솥밥을 먹은 ‘삼촌’ 김병지를 집중적으로 때렸다. 사랑과 존경의 표현이었다.
청춘 FC의 염호덕은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라며 “축구 선수들 중에서도 잘 안 풀리는 선수들이 있는데, 꿈을 포기하지 말고 나와 함께 열심히 뛰었으면 좋겠다”고 경기 출전 소감을 밝혔다.
하프타임에 열린 캐논슛 콘테스트에선 지동원이 시속 117㎞로 우승했다. 해외파가 주축이 된 희망팀은 사랑팀에 13대 12로 승리를 거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홍명보장학재단 자선축구] ‘축구 산타’, 청춘들에 희망의 슛
입력 2015-12-27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