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날 모해? 우리 연탄 나르자!”… 그날, 청년들은 산타가 되었다

입력 2015-12-27 18:53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기독청년 170명이 25일 경기도 부천 소사구 계수동에서 연탄나눔행사를 하고 있다. 누구는 한국교회 청년들이 나약하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의 해맑은 웃음은 그런 ‘우려’를 ‘감탄’으로 바꾼다. 한국교회가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물꼬만 터준다면 희망은 분명히 있다. 소울브릿지교회 제공

“어르신, 안녕하세요. 성탄절 선물 드리려고 교회에서 왔습니다.” “어? 나는 예수 안 믿는데…. 받아도 되는 거야?”

25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에선 지역 노인과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청년들은 노인들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교회에 나오시라”는 다짐을 꼭 받았다.

청년들은 서울 성동구 소울브릿지교회(반승환 목사) 주최로 열린 ‘모해(모퉁이를 비추는 해) 프로젝트’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비닐 우비를 입고 목장갑을 착용한 채 가파른 시멘트 계단에 서서 조심스레 연탄을 날랐다.

차선우씨는 “연탄을 나르는 게 힘들었지만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이 하나님나라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연탄을 받으시는 분들이 처음엔 부끄러워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같이 인사해주시는 모습에서 큰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회는 1회용 대용량 종이컵 100개에 수면양말을 넣어 선물했다. 이번 연탄나눔 행사는 소울브릿지교회에서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런 공지를 띄우며 시작됐다. ‘크리스마스날 모해? 12월 25일 그날, 연탄 나르자!’

25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170여명이 참석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5000원 이상씩 후원했다.

지난해 3월 창립한 소울브릿지교회는 다음세대 양육을 목표로 하는 교회다. 청년들이 주로 모이는데 평소 120㎡의 예배 공간은 스터디 카페로 운영된다. 거리청소 기도모임 노방찬양 등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모해 프로젝트도 펼친다.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안산 동산교회 중등부를 담당했던 반승환(33) 목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탄나눔 후원을 받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의외로 많은 청년들이 참석했다”면서 “그만큼 교회 청년들의 성탄문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일단 봉사의 장을 열어주니 다들 감격스러워했다”고 귀띔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