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농업 분야 연구개발업체 A사는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구인광고를 냈다. 신입 연구원을 뽑는데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었다. 접수된 이력서를 검토한 A사는 B씨와 접촉해 면접을 했고 최종 합격을 통보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합격이 번복됐다. 입사 절차로 건강검진을 받은 B씨는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회사에 알리자마자 합격이 취소됐다. A사는 “우리 회사는 ‘농어업경영체 육성·지원법’에 따라 운영된다. 거의 대부분 시간을 비닐하우스에서 보내는 업무다. 간염 보균자가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비닐하우스가 시내와 떨어져 있어 하루 세끼를 직원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데, B형 간염 보균자가 있으면 개인 식기 등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직원들의 거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입사하면 B씨 혼자 식사해야 하므로 팀워크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고도 했다.
정말 A사의 걱정처럼 B형 간염은 심각한 전염병일까. B형 간염은 바이러스(HBV)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입맛이 떨어지며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다만 성인은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저절로 회복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염 위험성도 낮다. B형 간염의 주요 감염경로는 혈액이나 기타 체액이다. 함께 밥을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정도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혈액이나 체액이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식기를 따로 끓여 소독할 필요도 없다. 서울의 한 소화기내과 교수는 “1980년대 B형 간염 백신이 보급되면서 전염 걱정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은 2000년부터 B형 간염을 업종 종사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2005년 개정된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도 간염 보균자는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불합격 판정하도록 했다.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명백한 업무상 하자 없이 병력 등을 이유로 입사를 취소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보고 A사 대표이사에게 재발방지를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단독] 인권위 “B형 간염 보균자 채용 거부는 차별”
입력 2015-12-2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