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70세 이상 독거노인 40% 육박하는데 ‘공동홈’ 시범사업 끝났다고 예산 없앤 매정한 기재부

입력 2015-12-28 04:00

올해로 78세인 최씨 할머니는 막내다. 강원도 인제군 원통면 서화2리에 위치한 농촌 독거노인을 위한 생활홈 ‘동행’에는 최 할머니를 비롯해 3명의 무주택 독거노인이 올해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싫고 잠자는 것도 무서워 밤새 TV를 켜놓고 자던 최 할머니는 요즘 잘 먹고 잘 잔다고 한다. 난방비와 생활비 걱정도 줄었다. 인제군은 지난해 건설비 2억원과 운영비 연 1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방치되다시피 한 노후화된 서화 2리 마을회관을 공동홈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마을이장 홍성배(55)씨는 27일 “시간이 갈수록 활용도가 떨어지던 마을회관이 어르신들의 활력이 넘치는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농촌 5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다. 이들 중 대다수는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다. 특히 도시에 비해 농촌의 독거노인 수는 3배 정도 된다. 2010년 기준 70세 이상 인구 중 독거노인 비율은 도시가 13.6%인 반면 농촌은 39.2%나 됐다. 농어촌 인구 총조사가 5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기준으로 농촌 독거노인 비중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 독거노인 대부분은 경제난과 고독사 위험에 방치돼 있다.

이들을 위한 농촌 삶의 질 향상 프로젝트 중 하나가 공동홈 사업이다. 공동홈은 농촌 거주 독거노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와 취침 등 주거생활을 함께하는 시설이다. 2014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현재 전국에 127개소가 운영 중이다. 2년간 100억원이 채 안 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공동홈 거주자 255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도는 평균 81.4점이었다. 공동홈을 이용하는 독거노인들은 월평균 30만원 들어가던 난방비가 10만원으로 줄어드는 등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물론 식사·목욕·청소·세탁 등 일상생활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공동홈 사업이 제대로 시행될지 미지수다. 시범사업 기간이 종료됐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정부예산 42억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42억원의 관련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이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42억원의 예산이 부활했지만 최종 국회 심의과정에서 기재부는 이를 또다시 삭감했다. 정부가 2015∼2019 농어촌 삶의 질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모두 46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금액은 적지만 농촌에 대한 배려와 정성이 있는 사업이었는데 아쉽다”면서 “관련 지자체 예산 등을 통해 사업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비 지원 없이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가 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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