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줍고 재활용품 모아… 훈훈한 기부

입력 2015-12-27 18:32 수정 2015-12-28 00:27
서울 중구 환경미화원들이 2년간 길거리에서 주은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지난 23일 중구청에 전달했다. 중구청 제공

‘길거리 청소하면서 수거한 동전을 모은 260만원, 재활용품 분리수거로 모은 360만원….’

영하의 추운 날씨에 새벽 길거리와 화장실을 청소하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잊지 않는 환경미화원들과 위생원들. 고단한 몸으로 한푼 두푼 모은 이들의 기부금이 올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134명이 지난 23일 260만원의 성금을 전달해 왔다고 27일 밝혔다. 이 성금은 미화원들이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하나씩 주워 모아 마련한 것이다. 2년 전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청소할 때마다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기 시작했고, 어느새 1만2000여개가 저금통에 가득 찼다.

도심의 어둠을 깨고 새벽 5시30분부터 거리 청소를 하면서도 길거리 동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큰 온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134명이 2년간 모은 260만원은 오랫동안 차곡차곡 만들었기에 억대의 기부금보다 소중한 가치가 느껴진다.

환경미화원 김경태(49)씨는 “올겨울 불우한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중구 희망나눔 모금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선행 소식을 접한 최 구청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고생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작은 사랑이 큰 행복으로 이어져 추운 겨울 모든 주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는 환경미화원들의 기부금을 관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중구청 청사 내 청소를 담당하는 위생원 5명도 지난 3일 재활용품 분리수거로 얻은 수익금 360만원을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쓰레기에서 폐지 등을 모아 얻은 수익금을 매년 기부해 왔고, 올해까지 총 2541만6000원을 기부했다. 이 수익금은 위생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커피값이나 간식비 등으로 쓸 수도 있었지만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자는 동료의 제안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은 기부를 통해 일에 대한 자부심을 덤으로 얻었다. 기부를 주도한 중구청 위생실 김용화(46) 반장은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람들이 있는데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우리가 일할 때 느끼는 설움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