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웃어야 할 정유4사도 긴장

입력 2015-12-27 19:14

정유 4사가 올해 2011년 이후 최대인 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돌발변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재고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18달러 내린 배럴당 31.82달러를 기록했다. 2004년 6월 30일(31.67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약 7달러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일일 정제량은 280만 배럴 수준으로 실제 가동량은 250만 배럴 정도다. 국내 정유사들이 대부분 원유를 도입하는 중동에서 국내까지 선박으로 원유를 들여오는 데 평균 25일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정유사들은 적어도 일일 정제량의 25배인 6250만 배럴의 재고를 유지하는 셈이다.

문제는 유가 하락이 지속돼 비축한 원유에서 재고 손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재고비축 물량인 6250만 배럴을 기준으로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6250만 달러(약 650억원)의 재고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이란과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 등 요인으로 당분간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는 배럴당 100달러대였던 유가가 40달러대까지 급락하고, 정제마진이 악화되면서 조 단위의 재고 손실을 입었던 정유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다만 재고 손실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여러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마진을 의미한다. 보통 배럴당 달러로 표시되는데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시장에서는 저유가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복합정제마진 평균은 7.7달러로 2011년(8.2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제마진이 유지돼 정유사들이 지난해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최근 큰 폭의 유가 하락으로 재고 손실 규모가 커지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