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부인 ‘폭로전’ 개입… 서울시향 어디로

입력 2015-12-27 18:56 수정 2015-12-27 21:39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재계약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감독은 당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건립 등 서울시가 처음 자신을 초빙할 때 했던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28일 이사회를 열어 정명훈 예술감독 재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정 감독 부인이 박현정(작은 사진) 전 서울시향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에게 박 전 대표가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정 감독 부인인 구모(67)씨를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곽모(39)씨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과 막말을 당했다며 투서를 제출하고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박 전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지난달에는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들과 정 감독 비서 백모씨를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미국 국적의 구씨가 논란이 일어난 지난해부터 해외 체류 중이라며 소재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고소에 참가한 서울시향 한 직원은 “30∼40살이나 먹은 직원들이 정 감독 부인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처음부터 이런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서울시 인권보호관들도 인정한 박 전 대표의 언어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는 왜 모른 척 넘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정 감독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이번 사안이 갑자기 나온 것도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안은 28일 오전 서울시향 이사회에 상정된다. 지난해 12월 1년간 연장했던 계약기간이 이달 말 종료됨에 따라 정식 재계약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다. 이사회 안건에 정 감독과의 재계약 체결안이 상정됨에 따라 재계약 세부사항이 큰 틀에서 합의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높지만 이사회에서 재계약 세부안이 통과되고 정 감독이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 감독은 지난 8월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 직책을 내려놓고 음악에만 전념하되 청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일정이 잡힌 내년 공연은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서울시향에서 정기공연만 9회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향과 서울시는 정 감독을 상대로 설득과 협의 작업을 지속하며 재계약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향이 그동안 거둔 성과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정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약이 될 경우 계약조건이 어떻게 변경될지도 관심사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정 감독과의 계약을 1년 연장하면서 논란이 됐던 정 감독의 개인 사정으로 인한 시향 공연 일정 변경, 보수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계약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