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과 월악산 산양이 만날 수 있을까.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고속도로 건설 등에 끊어졌던 ‘백두대간의 허리’ 추풍령에 야생동물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가 마련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추풍령에 생태통로를 복원하는 ‘추풍령 생태축 연결·복원 협약’을 체결한다고 27일 밝혔다. 협약에는 환경부와 국토부, 김천시 등이 참여한다.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과 경북 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백두대간의 핵심 구간이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도, 국도 4호선, 군도 27호선 등이 생겨 야생동물 이동로가 단절돼 있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생태통로는 폭 50m 규모로 도로나 철도 위를 지나도록 만들어진다. 야생동물이 길을 건너기 위해 도로나 철도로 내려올 필요가 없게 설계할 예정이다. 생태통로 한쪽에는 탐방로를 만들어 등산객도 다닐 수 있다. 사업비는 총 210억원이며 내년 1월 공사를 시작해 2017년 12월 마무리된다.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를 활용하면 ‘지리산→월악산→설악산’으로 이동하는 데 왕복 4차로 이상의 장애물은 없어지게 된다. 통행량이 적은 왕복 2차로 소형도로에 의한 단절이 남지만 큰 장벽은 해소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월악산이나 설악산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추풍령은 생태계 단절이 가장 심했던 곳이다. 앞으로 설악산 미시령과 필례령, 지리산 성삼재 등에서도 끊어진 국토의 혈맥을 복원하는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리산 반달곰·월악산 산양 서로 오갈까… ‘끊긴 백두대간 허리’ 추풍령 생태통로 만든다
입력 2015-12-27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