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 새정치 향한 구체적인 행동도 보여줘야

입력 2015-12-27 17:47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 정당은 낡은 진보와 수구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정치의 중심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출범시킬 신당과 자신의 새정치를 설명하면서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공감과 소통, 참여와 개방, 연대와 협치 등이 정치의 중심 가치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펼치려고 하는 정치 기조는 한마디로 담대하고 총체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로 요약된다.

안 의원이 내놓은 말 중 틀린 말은 없다. 변화, 소통, 참여 등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정치 지도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슷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한다. 문제는 좋은 단어의 나열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안 의원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면 첫째,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그의 회견 내용에 새누리당은 “구체성이 없고 모호한 이념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반대세력의 논평이라고 일축만 할 게 아니다. 이런 비판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로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실행력이 부족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신당 추진 과정에서 분명하고 실체적인 정치적 행동을 함께 보여줘야 할 것이다.

둘째,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를 시작할 때와 대선 후보 단일화, 민주당과의 전격 합당 등 굵직한 결정을 내렸을 때 안 의원은 주변 인사들과 충분하게 논의하지 못했다. 그를 도왔던 많은 인사들이 떠난 것은 그렇게 했다는 방증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안 의원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셋째, 당장 신당이 급하다고 새정치와 거리가 먼 인사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부터 선거를 의식해 많은 정치꾼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호남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다. 안 의원은 회견에서 30, 40대를 거론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정치와 국정의 새로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치는 사람인데, 인재들을 모이게 하려면 안 의원 자신이 분명한 미래 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안 의원의 새정치는 한낱 구호에 머무르다 허공에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낡은 정치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지만, 지난 3년 동안 안 의원은 그것을 자신의 그릇에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던져야 한다. 애매모호한 구호 외에 내세울 게 없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낫다. 그게 조금이라도 국민을 생각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