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계약’ 어긴 아들, 法의 회초리… 대법 “물려 받은 재산 부모에 돌려줘라” 판결

입력 2015-12-27 21:15

부모에게서 재산을 증여받은 뒤 ‘효도계약’을 어기고 입을 씻은 아들에게 증여 재산을 반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를 일반 증여와 달리 ‘충실한 부양’을 전제로 한 조건부 증여라고 봤다. 오래전에 넘겨준 재산이라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2003년 12월 서울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부자(父子)는 증여와 동시에 계약을 맺었다. ‘아들 ○○은 증여받은 부담으로 A씨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부담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한 A씨의 계약 해제 및 기타 조치에 관해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 해제의 경우 즉시 원상회복 의무를 이행한다’는 내용이 각서에 담겼다.

그러나 증여 주택 1층에 살게 된 아들 부부는 2층에 사는 A씨 부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다. 한 집에 살았지만 함께 식사도 하지 않았고, 부모의 가사를 돕지도, 자주 찾아보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스스로 생활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됐지만 간병도 하지 않았다. 간병은 근처에 살던 A씨의 딸과 가사도우미가 도맡았다.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 빚을 갚아주기 위해 땅과 주식까지 넘겨줬던 A씨와는 대조적이었다.

급기야 아들은 2013년 11월 거동이 힘들어진 어머니에게 요양시설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서운함을 느낀 A씨는 증여한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집을 팔아 A씨 부부가 살 아파트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아들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며 A씨에게 막말을 했다.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부자가 맺은 효도계약을 일종의 부담부(조건부) 증여로 판단했다. 또한 각서에 명시한 ‘충실한 부양’은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의 생활을 돌본다’는 민법상 일반적인 부양의무 이상의 정성이 깃든 행위였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