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성과급 파티 아닌데…” 속타는 현대重

입력 2015-12-27 19:32 수정 2015-12-28 00:24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때마다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회사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데, 무슨 격려금과 성과급을 수백%씩 주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3일 기본급을 동결하고,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100%와 15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00% 정도에 해당하는 성과급은 추후 자사주로 지급키로 했다. 합치면 200%+150만원을 격려금·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적자금액은 4조3782억원이다. 당연히 ‘적자인데 성과급까지 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의 임금 체계는 낮은 기본급에 각종 상여금·격려금·성과급·귀향비·휴가비 등을 결합한 구조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 생산기술직 연봉은 4000만원대 초반이다. 하지만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정확하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연봉의 3분의 1 안팎이라고 한다. 기본급을 제외한 나머지를 격려금·성과급으로 채우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합의한 올해 임단협 결과를 보면 격려금·성과급이 지난해보다 적었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3만7000원 인상에 성과급·격려금 250%+200만원을 받았다. 조선 경기가 괜찮았던 2010년에는 격려금·성과급으로 600%+25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은 그대로인데, 격려금·성과급이 줄고 있으니 실제로 직원들이 받은 총 연봉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초봉 40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무작정 ‘적자인데 성과급 잔치하느냐’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임단협 타결 직후 “조합원의 기대에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7일 “조선업 근로자들의 임금구조에서 격려금과 성과급은 보너스라기보다는 기본급처럼 인정되는 관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