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최악 ‘불황형 흑자’… 울산경제 빨간불

입력 2015-12-27 19:40 수정 2015-12-27 21:20
우리나라 최대 산업도시인 울산이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3대 주력 제조업의 수출 부진으로 ‘불황형 흑자’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울산 온산공단 야경. 울산시 제공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통하는 산업도시 울산이 수출 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에 허덕이고 있다. 석유화학과 조선, 자동차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늪에 빠지면서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울산세관은 올해 11월까지 울산의 무역수지 누계가 231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가장 많은 흑자 폭을 기록한 2011년의 109억 달러를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이는 수출이 주춤하는 가운데 수입이 급락하면서 흑자 폭이 커지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여서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의 올해 수출 성적표는 참담하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울산의 수출액은 675억 달러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1∼11월 수출 실적을 보면 2011년이 925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12년 892억 달러, 2013년 837억 달러, 2014년 855억 달러를 기록하며 3년 연속 900억 달러 아래를 맴돌았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보다 수출액이 21.1%나 급락하며 600억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체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졌다.

울산은 2005년 전체 수출비중에서 15.9%를 기록한 이후 2014년까지 한 번도 1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올해(1∼11월) 13.9%까지 하락했다.

지자체별 수출 순위에서도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경기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여기에다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울산의 3대 산업이 모두 삐걱거리며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올해 반 토막이 났다.

석유화학제품의 올해 수출량은 683만t으로 작년보다 22.4% 줄었고, 수출액은 67억 달러로 43.4%나 감소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다 중국과 중동의 설비 증대와 자급률 상승, 셰일가스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수출액도 11월까지 147억 달러로 지난해 보다 4.5% 줄었다. 이 기간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2억 달러로 지난해 보다 22.2%나 급락했다. 조선산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3분기에만 8976억원이 영업손실을 내는 등 조 단위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병익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울산은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 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것이 이상적인 구조인데,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는 것은 좋지 않은 징후”라고 지적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