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독산로54길. 독산2동과 독산4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 직선과 곡선도로가 이어지는 2차선 도로다. 서울 문교·정심초등학교,금천체육공원,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가 밀집돼 있어 등·하굣길이나 산책로로 이용된다. 하지만 낮에는 오가는 주민들이 많지만 해가 지면 발길이 뚝 끊긴다. 설치된 지 20년 넘은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만 남아 시야 확보가 어렵고 규정 속도를 어긴 차들이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에 세워진 차량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오후 5시35분, 이 도로 위를 환하게 밝히는 LED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사장 조석)이 ‘시민에게 안전한 귀갓길을 만들어줌으로써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로 진행한 ‘안심 가로등’ 사업 일환이다. 한수원은 독산로54길 산기슭공원부터 금천구민문화체육센터에 이르는 585m 구간에 태양광 LED가로등 25개를 설치했다.
정심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주민 박순자(46·여)씨는 “대학 다니는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면 애 아빠가 항상 멀찌감치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데리러 나가야 했다. 중3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늘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이제는 동네가 환해져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작은 골목까지 LED가로등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시범적으로 가로등 37개를 설치한 이후 올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과 협력해 6월 경북 영덕군, 9월 전북 고창군, 10월 대전 유성구와 경북 경주시, 11월 부산 서구에 이어 지난 22일 서울 금천구까지 총 253개의 태양광 LED가로등을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했다. 전국에 세워진 가로등은 지역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탄소 발생 감소, 에너지 절약 등의 효과를 거두며 호평을 얻고 있다.
서수일 금천구청 도로조명팀장은 “태양광 LED가로등은 기존의 나트륨 광원 가로등을 사용할 때보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12.5%(약 760만원)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6.8톤 감축시킬 수 있게 됐다”며 “덤으로 지역 주민들이 가로등에 부착된 태양광 패널을 보며 친환경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특징을 보면 ‘선택과 집중’ ‘전문성과 특성화’다. 기업이 속한 분야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과 특성을 살려 적재적소에 지원해 수혜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 증진을 위한 사회공헌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공동선을 추구하며 국민과 더불어 성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분위기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수원은 ‘안심 가로등’ 사업을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지역 주민, 자치단체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향후 사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황대벽 밀알복지재단 전략사업부 과장은 “한수원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우리나라 곳곳에 안심 가로등이 더 많이 세워지고 따뜻한 마음이 더불어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시리즈 끝>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안심가로등 공동사업-태양광 LED가로등 전국 확대(끝)] 올해 253개 불 밝혀… “작은 골목도 설치했으면”
입력 2015-12-27 18:52 수정 2015-12-27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