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이 되면 울려 퍼지던 캐럴이 요즘은 잘 들리지 않는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연말 분위기가 실종된 데다 캐럴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상 판매용 음반을 매장에서 틀 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곳은 연면적 3000㎡ 이상 영업장으로 중소매장은 관계없다”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캐럴 음반을 발매하며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캐럴은 원래 크리스마스와 상관없는 노래로 그저 즐거운 성격을 띤 종교적 노래를 뜻했다. 피리 연주에 맞춰 추는 춤과 관련된 ‘코롤리엔’에서 유래했다. 캐럴은 중세 시대에 들어와 민중적인 크리스마스와 결합하면서 붐을 이루게 됐다. 교회에서 엄격하고 딱딱한 형식의 성가만 불렀기 때문에 흥겹고 쉬운 캐럴이 인기를 얻은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엄격한 청교도 운동이 유럽을 휩쓸던 17세기에는 캐럴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캐럴 가운데 인기곡은 단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노랫말이 크리스마스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부르기도 쉬워 세계적으로 많이 불린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가사는 원곡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기도 드릴 때’ 가운데 ‘어둠에 묻힌 밤’으로 원래는 ‘조용하고 환한 밤’이다. 실제로 성경에서도 예수가 탄생한 날의 밤은 별들이 밝게 빛났다고 적혀 있다.
노랫말이 원곡과 다르게 번역된 이유는 일제 강점기 찬송가 번역자들이 암울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당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던 찬송가 가운데는 한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일제의 금지곡 리스트에 오른 곡도 적지 않다. 내년 이맘때엔 우리나라 경기가 좋아져서 사람들이 캐럴을 찾는 여유가 생길까.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
[한마당-장지영] ‘어둠에 묻힌 밤’
입력 2015-12-27 17:40